시(詩)/시(詩)

이서화 - 엉겅퀴

누렁이 황소 2020. 8. 6. 19:58

 

엉겅퀴는 자꾸
숨으려는 색깔 같다

 

매 맞은 일을 자꾸
잊어버리려는 색깔 같다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아득한 가랑이 속 운세를 떼던 여자의 눈두덩 색깔 같다

 

삼거리 지나 세 번째 파란 슬레이트 집 여자, 엉겅퀴 한입 가득 물었다 아무도

모르게 뱉고 작은 시멘트 다리 건너기 전 기역자 집 남자, 욕설 반 푸념 반 섞어

보란 듯이 뱉어내던 그 엉겅퀴

 

마을 사람 중엔
보라색으로 물든 이빨들이 많았다

 

엉겅퀴는 자신을 몰라서 모르고
집집들은 짓이겨진 보라색 속으로 숨고
입안에 가시들이 자라고
엉겅퀴는 마을의 집을 빠져나와
흔들리는 풀숲,
바람을 옮겨 다니며 욕설처럼 핀다

(그림 : 강명자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