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윤관영 - 식당 소란 2

누렁이 황소 2020. 8. 6. 19:41

 

요냥, 돼지껍데기 만만치 않다

 

이놈을 사다가

애벌 삶아 겉물을 버리고는

약간의, 소금과 된장

기분 나면 대파와 말린 칡을 더해

삶아 둔 적 있다

뜨거울 때 잘라야 해서, 잘라

봉지에 담아 노누어 얼군 적 있다

 

비 오거나 눈이 오거나 괜스레 울적해지면

꺼내서, 알싸하게 소주 한잔 기울인 적 있다

 

그걸, 장만해 놓고는 누굴 기다린 적 있다

요즘도 그런 걸 하냐고

그도 그걸 좋아하냐고 묻지만

 

그건 사람을 기다리는 나만의 방식, 절로 되는

그가 그를 기다린다는 걸 모를 수 있지만

안 내켜 할 수도 있다는 걸 알지만

그건 그의 일

 

요날요때 돼지껍데기는 껍데기가 아니다

세월이야 돈피 같은 것

내가 기다리고 있고, 그건 진행 중인 일이지만

나를 접대하고 있는 나를

돼지껍데기 기름에서 본다

그 거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