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노수옥 - 손등과 손바닥

누렁이 황소 2020. 7. 19. 12:01

 

내 어머니처럼

억척을 빌려 살았던 손바닥

짐짓 망을 보듯 손바닥을 꼭 쥔 손등의 역할

놓고 싶었던 것까지 꽉 쥐어야만 했다

손바닥은 다섯 개의 손가락을

내 쪽으로 움켜쥐는 본능을 가졌다

하지만 쥐면 쥘수록 손가락 사이를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빈손의 이력

소중한 것을 잃고

두 손바닥을 하염없이 내려다본 일

그러다 손등으로 눈물을 닦은 일

주로 손등은 긁히고 손바닥은 찔린다

긁히는 쪽은 부주의하거나 무심해서이고

찔린 쪽은 무엇을 움켜쥐려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따가운 가시라도

억센 풀의 날이라도 움켜쥐는 억척

무수히 금 간 손바닥

아무것도 쉽게 들키지 않으려는 듯

억척을 손등으로 덮는다

(그림 : 안기호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