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박형준 - 테두리

누렁이 황소 2020. 7. 18. 17:09

 

테두리에서 빛이 나는 사람

꽃에서도 테두리를 보고

달에서도 테두리를 보는 사람

 

자신의 줄무늬를

슬퍼하는 기린처럼

모든 테두리는 슬프겠지

 

슬퍼하는 상처가 있어야

위로의 노래도 사람에게로 내려올

통로를 알겠지

 

물건을 사러 잠시 집 밖으로 나왔다가

바람에 펄럭이는 커튼 사이로

안고 있던 여인의 테두리를 보는 것

걸음을 멈추고 흔적을 훔쳐보듯 바라볼 때

여인의 숨내도 함께 흩어져간다

 

오늘과 같은 밤에는

황금빛 줄무늬를 가진

내 짐승들이

고독을 앓겠지

(그림 : 백준승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