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우은숙 - 편의점의 새벽

누렁이 황소 2020. 7. 5. 18:14

 

찌그러진 종이컵은 어제의 낯빛이다

불어터진 안개가 새벽을 덥석 물자

불면의 취업준비생 부스스 눈을 뜬다

24시간 불 밝힌 편의점 간판 옆

맨발의 바람들이 쉼표 찾지 못하자

나무는 제 몸을 자꾸 그늘 쪽으로 뒤튼다

하늘은 상처 긁어 여명을 만들고

찰기 없는 면발 사이 아침이 수런대지만

꽈리 튼

허공의 빈집

편두통을 앓고 있다

(그림 : 김성호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