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강재남 - 견뎌야 하는 날은 자꾸 시계를 보게 돼요
누렁이 황소
2020. 7. 2. 17:58
착한 사람이 되기로 해요 한낮이 따분하네요
아무 곳에서 키를 올리는 나무가 안녕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어요
때마침 해안선을 걷는 중이에요 구름이 물색없이 내려앉아요
발자국이 있다면 내일을 기약한다는 말이겠지요
발자국 없는 구름을 따라 발자국을 짚어봅니다
해양성기후가 저쪽으로 밀려나는 중이에요
날씨는 남의 말을 듣지 않아요
본 것 같아, 그렇다던데,
묘한 말을 오래 붙잡고 살았어요 나는 날씨가 아닌가 봐요
뿌리가 없는데도 뿌리를 잘 내리는 말의 질감을 오래 생각해요
생이 물줄기로 읽혀요
혼자 봐야 하는 삶이 골짜기를 만들어요
맹그로브 숲에는 맹그로브 잎사귀가 반짝이고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얼굴이 맹그로브 숲에 가득해요
고요가 고이는 한낮은 가늠하기 번거로운 전생입니다
말이 말을 낳는 숲은 순간의 기억일 테죠
그러므로 힘껏 착한 사람이 되기로 해요
돌아보니 멀미나는 세상이었어요
모자 쓴 물고기가 해안선을 걸어가요
한낮은 여전히 따분하고요
(그림 : 한예은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