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우은숙 - 갯메꽃

누렁이 황소 2020. 6. 29. 17:09

 

신두리 해안 사구에 갯메꽃 두어 송이

태초의 전설 안고 산맥을 건너온

저 여린

분홍 입술이

바다에 틈을 낸다

 

한나절 개화 위해 움켜잡은 모래톱엔

혓바늘 돋아난 옛사랑이 넘실대고

미답의

문 여는 나비

꽃잎이 일렁인다

 

섬이 된 사내가 한 번쯤 다녀간 자리

무심한 파도소리 또렷하게 귀에 닿자

저 혼자

발그레해지다

고개 숙인 손편지

(그림 : 한순애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