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이원하 - 바다를 통해 말을 전하면 거품만 전해지겠지

누렁이 황소 2020. 6. 19. 17:07

 

물결은
내 근처에 다다라서야
입에 거품을 문다


물결은 그 거품을
다시 겪고 싶지만
돌이키지 못한다


며칠 춥더니
감기가 풀렸다


확실히 이번 가을은
나만 고독한 것 같다


확실하다는 말은
그다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사용하며 그게 참 상관이 없다


감기에겐 용기가 없는데
나에겐 용기가 많다


용기가 없다면
어느 표정 하나를 챙겨 섬을 떠날 텐데
그러지 못한다


섬을 떠나는 일이
뭐가 그리 어려울까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건 너에게만 그런 일이다

(그림 : 이유정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