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윤중목 - 커피 한 잔

누렁이 황소 2020. 6. 19. 17:03

 

펄시스터즈라고 옛날에 듀엣 자매가수가 있었는데요

언니는 동아건설 최 회장님의 부인이 되셨고요

지금으로 치자면 아이돌 걸그룹인 셈이었는데요

근데 초대형 히트곡이 〈커피 한 잔〉이었는데요

신중현 씨가 작곡 작사 다 한 노래였구요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그대 오기를 기다려봐도

웬일인지 오지를 않네 내 속을 태우는구려

뭐 이런 가사였는데요

기다림이란 게 데이트하는 거면 설렘이라도 있지요

이게 철석같이 입금하기로 한 돈 기다릴 때는요

그거 받자마자 나도 딴 데 당장 부쳐야 하는데

아 얼마 되도 않는 거

이 시간까지 안 보내고 뭘 하고 자빠진 건지

만만한 NH농협 인터넷뱅킹만요

들어가봤다 들어가봤다 또 들어가봤다

잔액은 달랑 그대로 변동 없구요

노트북 바짝 더 끌어댕겨서

들어가봤다 들어가봤다 또 들어가봤다

채신머리없이 연방 연신 그래봐도요

웬일인지 돈 아직 오지를 않네

이거 정말 내 속을 태우는구려

커피보다 열 배는 더 쓰게요

스무 배 서른 배는 더 쓰리게요

웬일인지 돈 아직 오지를 않네

이거 정말 내 속을 태우는구려

(그림 : 조은주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