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강영환 - 칼국수

누렁이 황소 2020. 6. 18. 20:31

 

부산 안락동에서 왔다는

울산 중앙시장 칼국수집 아지매

한 그릇 주문에도 입이 함지박이다

이동식 가스렌지에 양은냄비를 올리고

새파란 불을 켠 뒤 감자 반개를 썰어 넣었다

미리 반죽해 밀어놓은 밀판을 둥글게 말아

숭숭 썰어 맵시 좋게 콧노래를 함께 섞었다

이 거리 저곳 난장을 지나온 쓴맛이 손에 담겨

숙성 잘된 노래로 우러나오는 건지

낮은 구름 어두운 하늘을 시원스레 건너가는

칼 맛을 건네주는 울산 아지매

칼국수 미끄러운 가닥 가닥에는

아지매 지나 온 굽은 길이 흔들리고

무딘 잇날로 국수를 끊어 넘기지만

가진 눈물 다 말아 썰어 넣었어도

밑간이 안 맞는지 목넘이가 힘겹다

아지매야, 눈물 한 스푼 더 넣어야겠다

구석진 포장마차 조명을 대신하는 웃음이

돌아서자 느껴지는 허기를 달랬다

(그림 : 이석보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