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최연희 - 벽지의 생애
누렁이 황소
2020. 6. 17. 17:17
늘 귀만 열고 세상을 살아간다
예쁜 얼굴에 선이 그어졌다
둥글고 노란 꽃
초록의 잎으로 가득한 얼굴에
선명하게 굵은 선
점선이 도돌도돌 부어올라도
귀만 있으니
아프다 소리 내지 못했을 것이다
누군가 상처를 보고 치유해 주었으면
작은 희망으로 기다린다
수많은 소리가 그곳에 닿을 때
얼마나 쓰리고 아렸을까
약이라도 발라주기를 기다리는 마음 가득해도
귀만 있으니
보채지도 못하고 울었을 것이다
부어오른 상처에 붉은 핏자국이 굳어가고
작은 둥지 틀어 상처를 후벼놓아도
참고 받아들여야 했으니 그 마음 어땠을까
딱지 앉아 떨어지지 않는 아픔
그 마음 열고 보듬어 줄 누구 없으니
귀만, 귀만 열고 가슴으로 삭히며 살아낼 것이다
(그림 : 서상익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