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박지영 - 사적인 너무나 사적인 순간들
누렁이 황소
2020. 6. 16. 17:29
괴로움도 싹이 트고 잎이 나는가
꽃피기 전에 이 괴로움
징검다리 건너보낼 수 있다면
빗물에 씻어버릴 수 있다면
이 괴로움
손 탁탁 털고 제 갈 길 갈 텐데
정작 괴로움은 어디서 오는지
어떻게 꽃피는지
제안에서 제 살을 깎아 먹고 자라는
저것들 때문에 오래 어두워
비명을 내지르기도 했는데
봄볕에 내어놓고
얼굴 씻어주고 옷깃 여며줄 수 있다면
괴로움이 극진하게 안으로 차오를 때면
그게 기쁨인지 슬픔인지
슬픔인지 기쁨인지
정말 모르겠어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괴로워하는지
괴로움을 괴로워하는지
(그림 : 류영도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