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조용미

조용미 - 물에 비친 버드나무 가지의 그림자

누렁이 황소 2020. 6. 15. 17:51

 

 

해 질 녘 물가의 버드나무 아래서

바라보는

노을은

멀리멀리 번진다

 

버드나무 가지 끝에 와

닿는

빛의 가닥마다

두드러기처럼 붉어진다

 

가랑비 적시던 날

버드나무 한 가지는 내 어깨로

길게 드리워져

 

마음이 한껏

치렁치렁해지기도 했다

물에 비친

버드나무 가지들의 그림자는

 

자기 자신에 기대어 사는 사람의

쓸쓸함을

말하려 했다

 

먼 길 가는 새들은

떼를 지어 나는데

먼 길 가는 사람은 저 혼자다

(그림 : 이향지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