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고창환 - 선인장
누렁이 황소
2020. 6. 12. 08:15
선인장이 사막 식물이란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선인장이 또한 목마른 식물이란 것은 아무도 모른다
목마른 것들은 모두 거칠어진다
내심 감춰둔 열망이 깊을수록 온몸의 가시는 무성해지는 법
마른 목구멍의 갈라지는 틈새는 뜨거웠던 세월의 흔적인 것이다
기실 모래바람 자욱한 세월 속에선 속으로 키워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선인장이 붉은 꽃잎을 피우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갈증을 참아야 하는지
사람들은 도무지 이해하려들지 않는다
그 향기가 세상을 진동하려면 몇백 번의 불면의 밤을 지새워야 하는지
(그림 : 서종남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