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박두순 - 어떤 하루

누렁이 황소 2020. 6. 11. 17:45

 

사용 설명서도 잘 읽지 않고

나는 나를 너무 많이 사용했다

삐거덕거리는 몸

유통기한이 다 되어가는 듯,

 

오늘 하루

내 몸의 스위치를 다 내리고

흘러가는 구름을 쳐다본다

냇물 소리에 귀기울여본다

뛰는 개구리를 바라본다

 

제대로 보인다

사용 설명서에 없는

하루치 삶이

나를 더 밝혔다.

(그림 : 신재흥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