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정소금 - 장미

누렁이 황소 2020. 6. 7. 20:06

 

오월의 햇살이
당신과 내 발등에 떨어졌다


당신의 걸음걸이에 내 발걸음을 맞추고
걸음과 걸음 사이에 붉은 장미가 있고
햇살의 입맞춤이 있었다


노란 담장 앞에서
햇살처럼 당신은 내 손을 잡았다


어린 소년이 치는 북소리처럼
내 가슴은 쉼 없이 고동친다


수줍은 장미 한 송이
그늘 속으로 고개를 숙이지만
그대와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
노란 담장 앞에서
다시 붉은 장미를 보았다


당신과 나의 마음처럼
겹겹이 쌓인 장미의 꽃잎
너무 지나친 열정은
가시처럼 서로에게 흔적을 남긴다


노란담장 아래
수북이 떨어진 붉은 장미들
햇살이 무성할 때
그 그늘은 더 길어진다


해마다 5월이 오면
나는 노란 담장 아래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붉은 장미를 본다

(그림 : 박향순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