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김정웅 - 손금이 닳다

누렁이 황소 2020. 6. 2. 17:12

 

밤마다 풀린 은하수를 깁는

어머니의 바느질

손금을 조금씩 지우며

바람의 모서리가 닳도록

헤진 날들을 꿰맸다

시침질로 건너간 우묵한 가슴에서

뼈가 불거지던 날

한쪽 손가락의 손금마저

길을 잃은 채

촛농처럼 닳아 내렸다

밤새 기워도 아이의 드러난 복숭아뼈처럼

구멍 난 양말은 좀처럼 작아지지 않았다

백내장으로 흐려지며

흉골로 파고드는 아이의 손길

모서리가 닳은 손금을 맞대면

햇살처럼 깊게 패인 가난이 보였다

은하의 물길이 끊긴 자리

닳은 손금이 하얗게 눈이 부셨다.

(그림 : 김부자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