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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렬 - 북천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에

누렁이 황소 2020. 6. 1. 20:25

 

고성 북천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에

그 북천에게 편지 쓰지 않는다 눈이 내려도

찾아가지 않고 멀리서 살아간다

아무리 비가 내려도 바다가 넘치는 일이 없기 때문에

나는 그 바다에게 편지 쓰지 않는다

나는 그 북천과 바다로부터 멀어질 뿐이다 더는

멀어질 수 없을 때까지

나와 북천과 바다는 만날 수 없다

오늘도

그 만날 수 없음에 대해 한없이 생각하며 길을 간다

너무 오래된 것들은 내가 걱정할 일이 아니다 그래도

너무 오래된 것들을 생각할 때에는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나의 영혼 속에 깊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고성 북천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길을 가다가도

나는 몇날 며칠 그 북천의 가을 물이 되어 흘러간다

다섯 살 때의 바다로

기억도 나지 않는 서른다섯 때의 아침 바다로

 

다 말하지 못한 것들만 거울처럼 앞에 나타난다

북천 :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에서 발원하여 남서방향으로 흘러 인북천으로 유입되는 지방하천이다.

한강수계의 지방하천으로 인북천의 제1지류이다.

하천 수계는 본류와 2개의 지방하천인 한계천과 영실천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천연장은 22.5km, 유로연장은 22.5km, 유역면적 302.1㎢이다.

하천의 명칭은 발원지가 속해있는 북면에서 유래되었다.

(그림 : 차일만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