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윤영범 - 복숭아나무를 심고

누렁이 황소 2020. 5. 16. 17:58

나무 한 그루 심고 손자놈 이름표 붙여주자며
아버지가 키 작은 복숭아나무 한 그루 사오셨다.
왜 무거운 것 들고 다니냐며 역정내는 어머니를 거들며 난 삽질을 한다.
잘 무른 봄 마당을 한 삽 푸자 까마귀 한 마리 꺼억 하며 소나무 위에서 운다.
나무를 심고 아버지와 아들과 나와 복숭아나무 이렇게 넷이서 봄볕을 맞으며
사진을 찍었다.
새순이 텄으니 이틀이면 꽃이 필 게다.
나뭇가지에 손자 쪽지명패 걸며
아버지는 풀어진 흰 머리카락 추스르고 꽃처럼 웃었다.
사진에는 눈물이 안 보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