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최두석 - 둥구나무

누렁이 황소 2020. 5. 13. 22:06

 

둥구나무가 둥구나무인 것은

마을에 뿌리 내리고 살며

길 떠나는 이를 멀리 배웅하고

돌아오는 이를 먼저 반기기 때문이다

 

둥구나무는 누구든 가리지 않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를

팔 벌려 다정히 맞이한다

좀처럼 등을 돌리지 않는다

 

숲속의 팽나무나 느티나무는

둥구나무가 되지 못한다

오랜 세월 사람들과 함께 숨쉬며 살아야

그늘이 넓고 깊은 둥구나무가 된다

둥구나무 : 근처 길가 있는 크고 오래된 나무

(그림 : 백중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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