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전인식 - 나물 파는 보살 할매

누렁이 황소 2020. 4. 26. 10:34

 

얇은 봄 햇살도 머리에 이면 무거운가 보다
시끌벅적 사람들 소리 요란한 시장 어귀
한 보따리 봄나물 펼쳐 놓고 고갯방아를 찧는 할머니
나물 팔 생각은 아예 잊어버리고
꿈속 극락 미리 다녀오시는 모양이다

할머니 대신 파릇파릇 눈을 뜨고 있는
저 봄나물 다 팔고 나면
늙은 영감 저녁상에 간고등어 한 마리 올릴 수 있을까

냉이 달래 쑥
사이소 사이소 외치지도 않고
마음 다 아는 듯 눈 감고 앉은 모습이 왠지
경주 남산 바위 속 보살님 걸어 나온 것만 같다

(그림 : 임종옥 화백)

 

 

Denean - Grandmother's He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