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정진혁 - 미조항
누렁이 황소
2020. 4. 26. 10:17
돌아오는 모든 날들은 방풍림 후박나무 사이를 지난다
모르는 생각을 베고 누우면
미조항 골목 어디엔가 버리고 떠나온 옛집이 있을 것 같다
오래된 마당 오래된 우물 오래된 부모 오래된 대추나무
봄에는 미조항에 가서
입 잃고 눈 잃고 길 잃기를
아름다운 생 하나 후박나무 아래 서 있기를
어느 생으로부터 눈물이 흐른다
온 생을 밀고 가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얼마나 많은 것을 잃고야
미조항은 있는 것일까
미조(彌助)가 피었다
전생처럼
(그림 : 김주형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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