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이채민 - 꽃잎

누렁이 황소 2020. 4. 24. 18:53

 

머뭇거리지 마라

너의 무게는 어디에 내려놓아도 좋으리

아가 곁에 누워도 좋고

파지 한가득 싣고 가는 리어카 위도 좋고

고독한 방랑자의 발등이면 더 좋으리
생의 무게만큼 날아올라

암울함이 산란하는 낙도(落島) 어느 병상에

비처럼 뿌려지면

머뭇거리는 봄 햇살보다 더 좋으리니

너의 삶을 견인하는 바람이 오늘은

오래된 편지처럼 고독한

나의 창으로 불었으면 좋겠다

(그림 : 강정희 화백)

 

 

Michel Pepe - Fleur D'amo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