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복효근

복효근 - 부레옥잠

누렁이 황소 2020. 4. 23. 11:36

 

 

누군가의 이름에 세 들어 사는 자는 누구의 꽃을 피울까

옥잠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부레도 아닌 것이 남의 이름에 기대어

옥잠으로 불리며 연잎처럼 물에 떠 있다

뿌리를 뻗어 흙에 닿으려 해도 흙에 닿는 순간 부레를 버려야 하고

옥잠에 이르려면 물을 버려야 한다

연잎은 더욱 아니어서 한 덩어리 불타는 꽃을 제 이름을 증명할 수도 없다

오늘 아침 부레옥잠은 부레옥잠의 꽃을 피웠다

부레옥잠은 부레가 아니어서 옥잠이 아니어서 더구나 연잎이 아니어서 부레옥잠이다

부레옥잠은 또한 부레옥잠이 아니어서

늘 아침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닌 부레옥잠의 꽃을 피웠다

만 이름이 부레옥잠에 세 들어 살기 때문이다

(그림 : 허정금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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