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마경덕

마경덕 - 뒤끝

누렁이 황소 2020. 4. 22. 13:19

 

버스 뒷좌석에 앉았더니 내내 덜컹거렸다 버스는 뒷자리에

속마음을 숨겨두었다

그가 속내를 꺼냈을 때도 나는 덜컹거렸다

뒤와 끝은 같은 말이었다

 

​천변(川邊)이 휘청거렸다

나무의 변심(變心)을 보고 있었다

이별을 작심한 그날부터 꽃은 늙어

북쪽 하늘이 덜컹거렸다

코푼 휴지를 내던지듯 목련은 꽃을 던져버리고

남쪽을 향해 돌아앉았다

 

​발밑에 널린 파지를 밟으며 걸었다

자줏빛 눈물이 신발에 묻어왔다

 

​길가 벚나무가 검은 버찌를 버릴 때도

보도블록은 잉크빛이었다

뒤가 어두울수록 앞은 환하고 눈이 부셨다

 

뒤끝이 지저분한 계절이었다

(그림 : 권대하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