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이희국 - 틈새

누렁이 황소 2020. 4. 14. 19:36

 

비집고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은

아직도 기회가 있다는 말

단단해 보이는 벽도 천천히 녹아들다보면

온통 적실 수 있다는 말

봄이 온다는 것은

그 한 줌의 입김들이 모여

두터운 얼음벽을 녹였다는 것

세상이 온통 어둡고

숨이 막힐 듯 바람이 세차면

바위를 뚫고 피어난 저 가냘픈 잡풀을 보리라

바위 밑에 깔린 풀 하나

돌멩이를 치우니

허리 휜 잡초가 튀어나왔다

틈새가 사라지니

이제 막 봄이 도착했다

(그림 : 김지환 화백)

 

Yoshimata Ryo - Between Calm And Pas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