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성윤석 - 사월

누렁이 황소 2020. 4. 13. 13:28

 

1

1년에 꽃 날이 며칠인가

꽃 붙은 날에는 밤도 하얘지리

 

2

눈물만큼 큰물이 없긴 하지 넓이는 또 어떻구

글쎄 그 물의 언어들을 가져다가 네가 썼으면

좋겠어 미세먼지 속 봄비 해마다

사월은 심상치 않아 밖에 봄볕이 지천인데도

봄볕이 자꾸 입 사이로

새어 나가네 산수유는 피었다가 아니라,

산수유는 꾀였다로 고치고 있어

너는 꽃이 될 수 있다고 먼저 피어서

안 되면 쪽 수로 승부하라고

사는 게 나아질 리가 없는데 노루는 가고

해마다 귀만 남아서 노루귀도 피고 봄이 왔는데도

다음 해의 봄이 걱정인 습지에 가보는 습관이 생겼지만

후후 너랑 나랑 술잔 놓고 앉아서

오지 않는 생 그게 비였다면, 기우제를 지냈겠지

그게 비라면 말이지

이런 소리나 혼자 하고 돌아왔으니,

돌아오니 여긴 비바람 쳤고 글쎄 며칠 사이

파인 고랑 돌담 밖으로

벚꽃 1년이 흘렀더라

(그림 : 정의부 화백)

 

Naoyuki onda - A Day In Spr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