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표성배 - 연(然)

누렁이 황소 2020. 4. 7. 08:58

 

 

겨울이 꽁꽁 파업을 해도 봄이 오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것은 그러하기 때문이다

나비가 낮게 낮게 나는 것은 개나리가 노랗게 피는 것처럼 그러하기 때문이다

햇살이 서 푼어치 무게만으로도 겨울을 밀어내는 것이나 나비가 두 푼어치 근육만으로도 개나리와 눈높이를 맞추는 것은  

다 그러하기 때문이다

햇살이 나비의 날개를 떠받드는 것이나 나비가 개나리 주위를 노랗게 나는 것이나 바람이 아무리 급한 길이라도 싱긋 웃어주는 것은  

햇살이나 나비나 바람이 누구에게나 다 그러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점심시간을 가로질러 달리던 마산발 진해행 두 칸 짜리 열차가 잠시 잔디밭에 몸을 누인 그들을 위해

소리 없이 조는 듯 멈칫하고 지나가는 것도 다 그러하기 때문이다

흐르는 강물을 막으면 그 강물이 몸을 비틀어 제 길을 찾는 것은 당연히 그러하기 때문이다

(그림 : 양인선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