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박소란 - 애드리브

누렁이 황소 2020. 3. 30. 22:38

 

괜찮다를 연기했다
어느 것 하나 괜찮지 않았는데

 

너는 늘 너무 빠른 걸음으로 무대를 빠져나갔지

 

혼자 남아 덩그러니 핀라이트를 받고 선
괜찮다, 오오

이건 극(劇)이 아닌데
내가 나라는 이름의 배우가 아니듯이

 

그러면서 한참을 연기했다
괜찮다를
괜찮다의 굳센 의붓딸인 나를

그 누구도 돌보지 않은 사소한 독백

 

괜찮다, 괜찮다, 하면
정말 다 괜찮아질 줄 알았다.

(그림 : 방정아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