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곽효환 - 무량사에서

누렁이 황소 2020. 3. 26. 13:19

 

해질녘 종소리 들리거든

만수산 자락을 가득히 메운

무량사 저녁 예불 종소리 서른세 번

헤아릴 수 없이 깊고 여운 길거든

차마 떠나지 못한다 하네

 

 

산사의 종두승 당목을 밀어 울린 종소리

산자락을 붉게 물들이고

아직 내려놓지 못한

마음의 그늘 남겨두고는

산문(山門) 밖으로 나서지 못한다 하네

 

 

패랭이 쓰고 미간을 찌퓐 옛사람

청한당 툇마루에 비스듬히 앉아

늙은 느티나무 가지 끝에 걸린

더는 갈 수도 올 수도 없는 시름을

다시 이슬에 재우는 해거름

 

 

나, 이층집 극락전 마당

허리 굽은 소나무 빈 그늘에 들어

반듯한 오층석탑 옆에

삐뚤빼뚤한 돌탑 하나 세웠다 허무네

허물었다 다시 세우네

무량사 (無量寺) : 충청남도 부여군 외산면 만수리 만수산에 있는 절.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인 마곡사의 말사이다. 옛 문헌에는 홍산 무량사라 기록되어 있으나 현재 무량사가 위치한 지역이 행정구역으로 부여군 외산면에 해당되어 외산 무량사라 불리고 있다. 절에 대한 연혁은 자세히 알 수 없으나 신라시대에 범일국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조선 세조 때 김시습이 세상을 피해 은둔생활을 하다가 죽은 곳으로 유명하다. 고려 초기에 개창되었지만 임진왜란 때 병화에 의해 사찰 전체가 불타버린 뒤 조선 인조 때에 중건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경내에는 극락전(보물 제356호)·5층석탑(보물 제185호)·석등(보물 제233호) 등이 있으며 이밖에도 당간지주와 김시습의 부도가 남아 있다.

(그림 : 이팔용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