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박수서 - 임실슈퍼

누렁이 황소 2020. 3. 25. 17:24

 

전주에 유명한 것이 비빔밥만이 아니다

순대국밥, 콩나물국밥, 초코파이가 다가 아니다

가게 맥주 마셔 본 적 있는가

병맥주를 마시며

출신 성분을 따지지 않고 오순도순 입방아를 찧다

명태포를 기승전결로 찢어 본 적 있는가

대가리는 숙주와 함께 탕으로 올리고

이빨이 델 만큼 뜨겁고 단단한 명태포를 씹어본 적 있는가

어느 날 씹다 만 포를 삼키다

명태보다 가시가 많고 통으로 씹기 어려운 것이 무얼까 생각하다

삶은 권태!

이것을 어찌 씹어 삼킬까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하지 마시라

작정하면 권태쯤 부드럽게 요리할 수 있다

당신 뚝배기에 육수 우러나면 대파 크게 썰어 넣고

권태를 아무도 모르게 한번 익혀 올려놓으면 될 일이다

(그림 : 이두한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