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김철진 - 꼬치는 와 빨가노 할메야

누렁이 황소 2020. 3. 19. 13:29

 

 

가을 고추밭에서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손자 녀석 데리고

머리 센 할머니가 고추를 딴다

 

꼬치는 와 빨가노 할메야

남세스러버서 안 빨가나

와 남세스러브노

남 다 보는데

꼬치를 내놓고 있으이 그렇제

 

고추잠자리 한 마리

빨갛게 날아와

고추밭 위를 맴돌며

할머니와 손자를 정겹게 본다

 

그라마 꼬치촐벵이는

와 빨가노 할메야

부끄러브이 안 빨가나

와 부끄러브노

꼬치를 봤으이 부끄럽제

 

넘어가는 저녁 해 고춧빛인데

할머니는 빨간 고추를 따고

손자는 치맛자락 잡고 따르고

사랑도 빨갛게 고추로 익는다

(그림 : 김일해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