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이원규 - 지푸라기로 다가와 어느덧 섬이 된 그대에게

누렁이 황소 2020. 3. 7. 18:14

 

 

 

 

연푸른 잎사귀가 나부끼니
바람도 살살 부는 줄 알겠습니다
꽃잎 하나 띄어놓고 보니
강물도 어디론가 흐르는 줄 알겠습니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유난히 몸살 앓던 나뭇잎 하나
머리카락에 가리어
그 절절한 얼굴이 잘 안 보이니
행여 그대 돌아서 가는 길은 아닌지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지푸라기로 다가와
어느덧 커다란 섬이 된 그대여!

(그림 : 최광희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