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박영근 - 해창에서 2

누렁이 황소 2020. 3. 3. 12:10

 

 

바지락철이 오면 온 식구들이 갯벌에 나가 살았다

 

키꼴이 선 장정들은

소를 몰고 와 쟁기를 대고 갯고랑을 갈아엎고,

거기 가마니때기로 바지락이 쌓여갔다

 

저녁물이 되어 집으로 돌아가던 소구루마의 어둑한 행렬 속에는

금성표 라디오의 이미자 노래가 있었다

 

수평선 자락에서부터 눈 시리게 출렁이던 물이랑을 지우고

물길을 끊어버린 방조제 공사장을 나는 바라본다

뻘길은 평지가 되고 한 도시가 들어서겠지

 

보상금에 조생이 자루를 놓아버린 조개미 아짐은 또 취했다 보다

다 떠나버린 마을 길에서 해장술집을 찾는다

(그림 : 김종안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