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신수현 - 밥

누렁이 황소 2020. 3. 2. 18:27

 

 

잊히지 않는 것은
시간으론 헤아릴 수 없는 것,

더 큰 질량의 만남을 믿었네
뼈도 살도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어둠 속의 목소리가 가끔
익어가는 내 가슴에
물거품을 퍼붓기도 했지만
이미 비루한 마음에 일용할 양식이 된
그대 모습 일어나 다시 끓기 시작했네
처음부터 온전한 것은 없었네
무작정 무릎 꿇고 엎드려
물과 불의 길을 건너는 것이네
뿌리부터 가지까지 설익은 말
숨죽여 그대를 향하네
뜸 들여지는 것이네

(그림 : 설종보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