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윤석산 - 우리의 낙원 상가

누렁이 황소 2020. 2. 29. 18:46

 

우리의 낙원상가에는

기타도, 트럼펫도, 드럼도, 전자오르간도

모두 모두 아직까지 번쩍이며 놓여 있구나.

비록 지축, 지축거리지만, 걸을 수 있는 것이 복이라는

노인, 오늘도 우리의 낙원에서

기타를 매만지며

회상에 젖는다.

우리의 낙원이 그곳에 있으므로

우리는 행복한 회상에 젖을 수가 있다고.

비록 몸은 한편으로 쏠리듯 가누기 어려워도

그래도 서 있을 수 있는 것이 다행이라는

그 노인,

오늘도 우리의 낙원에서

단돈 삼천 원에 따뜻하게 말아주는

순대국밥, 그리고 소주 한 잔.

행복해 하고 있다.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이 바로 낙원, 낙원이니까.

(그림 : 허국중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