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강연호

강연호 - 국물

누렁이 황소 2020. 2. 25. 10:42

 

새벽 해장국집에서 혼자 국물 맛을 보다가

돌연 사무치는 , 너 이제 국물도 없다, 는 말

영문도 모른 채 너는

우선 도리질부터 하겠지만

아니다 아니다 이런 게 아니다 하면서도

용케도 아닌 것만 골라 디뎠구나

왈칵 쏟아지는 눈물이란 이런 때 참 주책도 없지

 

너는 결국 너와의 불화를 접고

너 자신을 타이르려 할지 모른다

언제 그랬냐는 듯 어깨도 두드려주며

다 잘 될거야, 무턱대고 낙관적일 수도 있다

그렇게 국물 앞에서 해찰하는 너를

누군가 지켜보기라도 한다면

물론 혀를 찰거다, 저렇게 혼자 중얼거리는 걸 보면

그러거나 말거나 국물도 없는 나이의 투정답게

어쩌면 너는 요즘 흉을 보기도 하겠지

늬들이 국물 맛을 알아?

국물 맛이란 사실 국물도 없을 때쯤 되어야

아는 맛 아닌가, 바로 이 맛이야

그때쯤 꾸역꾸역 찾게 되는 제맛 아닌가

왈칵 쏟아지는 눈물이란 이런 때 참 적절도 하지

 

어느새 다 식은 국물이

그렁그렁 목구멍을 넘어가는 새벽이다

(그림 : 허영아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