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강영란 - 기울어짐에 대하여

누렁이 황소 2020. 2. 20. 10:39

 

한쪽으로 천천히 닳아 가면 뭐든 모르는 거지

가령 구두 뒷굽 좀 봐

몸에 중심이 저만큼 기울어질 때까지 몰랐던 거

요추 어디거나 고관절 어디가 아프고 있음을 몰랐던 거

그래 사랑이 있다손 치자

그게 서서히 닳아 가면 어떻게 알까

네가 나와 반대편으로 기울어진다고

쏘았던 화살이 돌아와 박히는 밤

그동안 중심 잡느라 나 몰래 애썼을 요추 어디
고관절 어디 더 이상 쓰다듬어 줄 수 없어

미안한 것인데

뒤늦은 통증은 기우듬히

네 쪽으로 가면서 지는 꽃

(그림 : 장문자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