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김상미

김상미 - 오렌지

누렁이 황소 2020. 2. 20. 10:30

 

시든, 시드는 오렌지를 먹는다

코끝을 찡 울리는 시든, 시드는 향기

그러나 두려워 마라

시든, 시드는 모든 것들이여

시들면서 내뿜는 마지막 사랑이여

켰던 불 끄고 가려는 안간힘이여

 

삶이란 언제나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때에도

남아 있는 법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나는 내 사랑의 이로

네 속에 남은 한줌의 삶

흔쾌히 베어먹는다

(그림 : 김수연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