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이서화 - 그도 저녁이면

누렁이 황소 2020. 2. 18. 12:09


밭에서 걸어 나와 쭈그려 앉은

아버지의 품 안에 그늘이 진다


서쪽 그늘을 접으며

점점 굽어지는 저녁같이

이젠 궁리마저 늙어 지루한 아버지

싸구려 담배 연기의 방향같이

내 한입 끼니도 귀찮은 시장기같이


어두워지는 곳은

모두 저녁 무렵이다


흩어진 꽃잎을

목련의 저녁으로 고스란히 받듯이

식구들이란 한번 흩어지면

모두 한 저녁에 모이는 일 어렵다


잔기침에 잦아 들썩이는

저녁이면

그늘의 온기 모여들어 왁자한 그곳이

양지바른 밭둑 어디

눈여겨본 그곳이 생겼을까

등 저쪽의 일들은 버린 지 오래인 아버지

저녁 쪽으로 마음 준 지도 오래다

(그림 : 이형준 화백)

 

 

Masaya - 아버지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