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신미균

신미균 - 스웨터

누렁이 황소 2020. 2. 1. 13:04

 

당신은 나에게
코를 잡혔습니다

나는 한 코 한 코
당신을 꿰어갑니다

당신의 고집이 도르르 굴러
식탁 밑으로 떨어지기도 하지만
코가 꿰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도로 돌아오게 됩니다

당신은 내 손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선명하게 색깔과
무늬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당신의 따뜻한
숨소리가 느껴집니다

당신을 입고 추운 겨울을
견뎌야겠습니다

(그림 : 안호범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