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신미균
신미균 - 충전식 사랑
누렁이 황소
2020. 2. 1. 13:01
내 사랑은
카드에 입력된 만큼만
빼서 쓸 수 있습니다
지하도에서 구걸하는 사람에게나
재래 시장에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주고 나서도
거슬러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지갑을 열고
보란 듯이 꺼내지 않아도
됩니다
사랑이 떨어졌다고
징징대지도 않습니다
다 쓰면 구겨버릴수도 있고
거리의 판매대에서
다시 채워 넣으면 됩니다
내 사랑은
잃어버리면 조금 아깝지만
얼마든지 다시 살수 있습니다
(그림 : 박주경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