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강영환 - 돌담

누렁이 황소 2020. 1. 30. 23:38

 

돌담에는 숱한 돌멩이들이 얽혀 산다

큰 돌만으로 세운 담장은 무너지기 쉽고

틈을 받쳐주는 작은 돌이 없다면

높은 경계는 바로 설 수 없다

쉽게 올려 아무렇게나 놓인 못난 돌도

흔들리던 자리를 양보하고 물러나

그늘진 제 자리를 차지하고서야

비로소 높이 오를 수 있다

허리 구부러져 기울어진 돌담도

큰 돌 사이 작은 돌이 서로 어울려

한 천년 무너지지 않고 서있다

(그림 : 홍정일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