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조성범 - 능선

누렁이 황소 2020. 1. 13. 17:16

 

한 고개 넘으면 또 한 고개

저걸 언제 다 넘노,

그런 길 지나며 아버지 등 휘었습니다

그런 길 지나며 어머니 허리 굽었습니다

 

몇 개의 봉우리를 넘었습니다

앞만 보고 오르다 돌아보지 못한 뒤

문득 돌아보다 소스라칩니다

산등성이 하나 아버지 등 같고,

산등성이 하나 어머니 허리 같아,

 

능선을 인생이라 치면

긴 이음으로 온 산 한 길이 됩니다

능선을 넘으면 간혹 눈물이 납니다

나도 닮아가기 때문입니다

 

오르고 내리다 만난 하산 길 이정표

저걸 언제 다 넘었노,  

긴 숨으로 풉니다

(그림 : 김성실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