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권정우 - 주름

누렁이 황소 2020. 1. 12. 19:18


강물에 난 주름을 바람이 

자세히 읽는 걸 바라보다가 
당신의 어깨에 기대어 
잠들었던가

 

새하얀 새 한 마리 
바람에 새겨진 
투명한 주름을 따라 
강물을 거슬러 올라갔던가

 

산의 주름인 능선 
그 너머로 날아갔던가

 

그날 하루가 
우리 가슴에 
주름으로 새겨졌듯이

 

잠 깨고 나면 
우리의 생도 
한 줄 주름으로 남을 것인가

 

누구의 가슴에 
아름다운 주름을 남기려고 
이렇게 긴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그림 : 강병철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