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최은하 - 겨울 담쟁이덩굴

누렁이 황소 2020. 1. 8. 14:31

 

손아귀에 온 힘을 주어

외로 감고 풀기를 그 얼마나 거푸 했던고

 

맨 손등엔 힘줄도 잦아들고

눈발이 소리 내어 흩날리는 한겨울에도

가까스로 벽을 기어오르는 현기증

하늘은 기울어 휘돌아들었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손과 눈은 사뭇 떨리고

절레절레 뒤틀린다.

 

손사래를 쳐본 일 없이

부여잡은 손길로 허공에 매달려

내가 부르는 이름은 발음이 되질 않고

뼛골 마디마디만 시리게 욱신거려

봄날이 온대도 조인 긴장일 뿐이다.

 

겨울가뭄인가

외줄기 숨결은 목마름으로 타오르고

손끝은 별을 향한 채

눈앞은 이제 고즈넉이 얼어붙어

어느 경계지점의 안팎인지

한갓 풍경으로 남아 걸쳤다.

(그림 : 최종건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