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윤일현 - 보문 벚나무

누렁이 황소 2020. 1. 8. 12:25

 

꽃비처럼 흩날려 사라졌지만

일장춘몽 같던 잠시의 환희가

여름날의 외면과 무관심을 견디게 했지

눈부셔 모든 발걸음 멈추고

화사해 모두가 넋을 잃고

떠도는 시선들 온통 나를 향했기에

한 점 아쉬움이나 미련 없노라

 

마지막 남은 붉은 입술

저 가을 호수에 입맞춤하고는

결빙의 침묵 속에 들어가는 나를 보며

누가 삶이 덧없다고 말하나

그대 한 번쯤은 다시 활짝 피어 보라

한 순간의 황홀함이 남은 생을 견디게 하리니 

(그림 : 장태묵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