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이은규 - 간헐적 그리움

누렁이 황소 2019. 12. 20. 09:18

 

가을의 다짐에 귀기울여보세요

 

하루 한 끼니와 같이

하루 한 번 당신을 그리워하기로 한다

간헐적으로

나뭇잎들 떨어지다, 떨어질까

지난 기억과 이번 가을 사이

 

마땅할 당, 몸 신

마땅히 내 몸과 같은 당신이라 부르지 않기로 한다

그럼에도 이미 아직

당신이 당신이라면

사이사이로 지는 잎새 쌓이거든

열두 겹 포근히 즈려밟고 오세요

 

도착 대신 연착되는 안부일 때

이번 가을과 다음 기억 사이

그럼에도 아직 이미

하루 한 끼니에 익숙해진다면

나뭇잎 사이 숨겨놓은 다짐을 들추지 않기로 한다

 

몸속 세포가 바뀌듯이

간헐적으로

나뭇잎들 떨어지다, 돋아날까

계절이 오고가는 사이

열두 겹 기억의 도착을 예감해보기로 한다

그럼에도 이미 아직

한줄기 햇빛 시침이 우리를 향하는 시간

 

다짐에 귀기울여보세요 가을의

사이사이로 지는 잎새 쌓이거든 열두 겹 포근히 즈려밟고 오세요 : 김남주의 시「지는 잎새 쌓이거든」에서 인용(이은규 시인)

(그림 : 장용길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