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최라라 - 협곡

누렁이 황소 2019. 12. 20. 09:07

 

 

 

함부로 안다 할 수 없는 마음입니다

열려있지만 통로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어느 순간엔

무엇을 기다리는지

언제까지 기다리는지

알 수 없어도

기다려야 합니다

어떤 생각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도 없이

부서지기도 합니다

바닥이 보여도 깊이를 가늠할 순 없습니다

그러므로 폭포는 언제라도 사라질 꿈입니다

어쩌다 피어있는 꽃도

지나고서야

꽃이었군, 알게 되는 마음입니다

다만 무작정 걷다 보면

코앞까지 와서 문 열어주는

빨간 단풍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무너진 기대가

길을 막을 수도 있지만

어떻게든 뚫을 수 있는 마음입니다

그럴 때 바람은

마음이 흐르는 역방향 쪽에서 깊어집니다

그런데 끝이구나 싶은 순간

느닷없이 안타까울 수 있습니다

출구 앞에서 누구나 한번은

뒤돌아보기 때문입니다

(그림 : 남택수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