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조성범 - 결
누렁이 황소
2019. 12. 15. 14:16
세상 모든 것에는 결이 있다
물결, 바람결, 마음결
하물며 돌 한 덩이에도 결이 있다
돌을 쪼며 결을 알았다
결이 순리라는 것도 알았다
석수장이는 화강암 한 덩이로 석물을 만들 때
고집스런 반복으로 돌의 모양을 다듬는
계곡 물의 흐름을 생각한다
돌과 만나 갈라지는 자리가 물의 결이고
물과 부딪쳐 깎인 자리가 돌의 결이다
결을 따라 고분고분 가다보면
그때 딱딱한 돌도, 물결도, 바람도
모두 부드러워진다는 석수장이는
돌을 다루기 전에 먼저 결을 찾는다
찾은 결을 따라 눈자위를 새기는 정의 놀림
모난 곳 돌가루 바람결에 쓸어내자
석상에 세상결 훤하게 읽어내는
돌눈이 생겼다
(그림 : 박성열 화백)